이 글의 문맥을 분석하여 이글루스에 있는 많은 글 중에서 관련성이 높은 글을 자동으로 검색해 낸 결과입니다.
Seung Han Paek
deepened.egloos.com
이글루스 로그인

Seung Han Paek
by paeks
카테고리
전체
Diary
Essay
Publications
Scrapped
Visitors` Board
최근 등록된 덧글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
by 시아즈 at 11/07
음... 간판을 철거하고..
by 시아즈 at 11/07
저도 지금 그런상태입니다..
by su at 04/11
아힝... 여친이 소중하..
by paeks at 02/11
근데 어째 블로그에는....
by 버섯 at 02/11
으히히 :D 오빠의 각성 ..
by 버섯 at 02/11
맞아요. 조금 더 나은 ..
by paeks at 01/23
죽고 싶다는 건, '이대로..
by 버섯 at 01/22
아힝 여친여친 ^-^....
by paeks at 12/31
제대로 돌았군.........
by paeks at 12/30
Powered by egloos

skin by 이글루스
믿음이란 무엇일까...?
야심한 밤

낮선 이국 땅에서, 문득 믿음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다들 무언가를 믿고 지낸다. 종교를 믿고, 사람을 믿고, 때로는 기계를 믿고, 막연한 미래를 믿고, .. 혹은 그냥 자기 자신만을 믿고..

내게 누군가 나보고 무얼 너는 믿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이 순간을 믿는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느끼는 이 시공간을 나는 믿을 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종교를 굳이 안믿고자 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내가 당연히 종교를 믿을 수 있겠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종교를 믿을 수 있는 나 자신을 믿는 것이라는 식의 얘기를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어떤 외부의 대상을 믿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소멸되고 싶지 않은 강한 본능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어떤 것과 연관되고 믿게 되는 순간에도, 그 대상이 얼마나 정교하게 완성되어 있음과는 상관없이, 나는 어떤 대상에 의해서 압도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믿음의 과정에서 나는 현재적 가치를 항상 갈구한다. 나에게 의미가 없으면 믿음은 절실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믿음에 대해 너무 엄격해지다보면 오히려 삶이 황폐해지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믿으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설령 부정적인 종류의 것이라 해도 말이다. 믿음이란 상황은 선택적이 아니고 좀 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삶의 구성요소인 것 같다. 신을 믿는다면, 그 믿음의 과정 속에서 자신이 정의될 수 있기에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죽고 나면 내가 어딘가로 가서 정신은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신을 믿지 않는다면, 그 믿지 않는다는 저항의식이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모든 것이 순간적이고 영원하거나 역사적인 것의 허구성을 믿는 사람 역시, 스스로가 거대하고 미리 만들어진 무언가에 의해 소멸되기 싫은 본능적 바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다소 역설적이지만, 어쨌든 그러한 믿음이 있기에 누군가는 그 누군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믿을 수 밖에 없는게 사람이고 그 믿음의 대상이 꼭 종교가 아니어도 된다면, 나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 나는 그냥 이 순간을 믿으려고 할 뿐이다. 벤야민이 말하는 순간(moment)에서 역사의 거대한 존재는 해체되고 과거는 현재에 의해서 재구성된다. 초현실주의자들이 당대를 관찰하는 방식이 이성보다는 비이성에 근거한 무의식적 시스템이었듯이, 나는 늘 현재 내가 경험하는 순간들 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다층의 결들을 파헤치려는 태도가 중요한 믿음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나의 무의식이 어떻게 의식과 연관되는지를 포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무의식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비이성적인 순간들, 그러나 오히려 더 솔직한 나의 본성 혹은 감성을 이성의 힘을 빌어서 말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술을 마시고 현재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현재를 믿는 중요한 방식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일상의 지루한 구조를 잠시나마 벗어나서 보이지 않는 차원에로 진입하고자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단순히 취미생활은 아니다. 나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

그래서 내가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순간이 좋고, 때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벨벳에서 일당들과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는 와중에 화장실을 갈 때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은 왜일까? 술자리에 앉아 있으면 또 다른 차원에 있지만, 생리적인 배설을 하러 가는 과정에는 그 차원에서 다시 일상으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좋게 술에 취해있을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동시에 경험한다. 술은 나에게 일종의 나에 대한 믿음을 실현하는 도구이다. 나는 마약을 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아마 마약을 하게 되는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충만한 이들의 동기는 내가 생각하는 바와 비슷하겠지.

그러나 순간의 진정한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의식 속에서 무의식을 발견해야 한다. 24시간 취해 있는게 불가능한 이상, 비일상적 구조 속에서 일상을 발견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 만약에 가능하다면, 그것은 파국의 모습일 것이다. 술을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도구이고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내가 항상 지나다니는 거리, 점심을 먹는 식당, 공부를 하는 교실 등에서 나는 나의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그 다층적 의미를 한꺼풀씩 파헤칠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믿을 수 있는 어떤 심연한 지점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다.


# by paeks | 2007/12/23 15:52 | Diary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deepened.egloos.com/tb/166088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이글루링크 추가하기
()을(를)
이글루링크로 추가하시겠습니까? 추가하시려면 그룹선택을 하세요.
(그룹선택 하지 않는 경우, 최상단 목록에 추가됩니다.)
그룹선택 :
이글루링크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