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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업건축과 공사장 펜스
내가 생각할 때의 최근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도시문화적 특징은 예술적인 도시 만들기인거 같다. 혹은 문화와 도시, 장소와 도시공간, 거리문화축제와 광장, 등등. 공공미술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매체에 많이 언급되는 것 같고,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과 지원액수가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버스체계 개편, 버스와 지하철에서의 전면광고 허용, 공사가림막에서의 장식 허용, 등은 일종의 지속 가능한 도시 혹은 문화도시를 위한 여러 방편인듯 하다.

내가 늘 관심 가져왔던 일상적 상업건축물들은 얼핏 보면 언급한 문화만들기와 비슷한 면이 있는것 같으면서도 한편 전혀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다 광고, 상업주의에 의해 철저히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재미없게 생긴 건물 위에 정신없이 붙어있는 광고판들은 도시와 소비문화의 속성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거리가 된다. 하나의 단일한 거대자본이 아닌, 조각나고 소규모의 소비공간들이 서로 긴장감 속에 경쟁하면서 하나의 파사드 위에 마치 꼴라주처럼 도배되어 있는 모양새는 결국 건축이라는 영역이 철저히 소비논리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광고 라는 말과 연관되는 모든 대상은 비슷한 논리로 그 자체의 독립성이 홀로 인정된다기보다는 항상 소비논리가 연관되어서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해낸다.

그러나 일상적 상업건축물들과 최근의 지배적인 공사 가림막을 비교해 보자면, 무언가 다른 변수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둘다 광고와 소비공간, 문화논리 등이 반영된 시각적 형태로 읽혀지기는 하지만, 전자는 좀 더 전통적인 방법이고 후자는 좀 더 고도의 마케팅 논리가 반영되는 듯하다. 즉, 신촌의 그저 그런 3층짜리 건물에 다닥다닥 붙은 광고판들은 단지 한 층의 한 공간을 임대한 상인들이 푼돈을 모아서 그 주변 광고업체에 부탁을 해서 만든 그저 그런 광고판일 뿐인데 반해, 백화점이나 건설업체들이 공사중에 시도하는 광고들은 좀 더 시스템적이고 정밀하다는 점이다. 푸르지오의 공사가림막은 푸르지오라는 글자 위에 공사판을 말그대로 풀밭을 만들어놓음으로서, 사람들의 반응을 한번 뒤틀어 놓는다. 티비 광고처럼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아닌 일상적 상업건축물들에서도 전통적인 방법으로서의 공사 가림막이 있는것 같긴 하지만, 좀 더 지배적인 트렌드는 보다 탈-전통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여기서 전통이라 함은, 아마도 (나의 입장이 좀 더 건축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건축적 설명을 시도하려는 점에서 볼 때) 상업건축물이라는 프로토타입이 어떻게 광고판과 조화를 이루는 관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상업지역이라는 것이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나고 또 상업건축물들이 재생산되는 1970년대, 1980년대의 한국근대사와 연관이 될 것이다. 신촌이나 압구정 등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물과 광고판의 이미지는 탈-시간적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장소지역적으로 구체적인 맥락을 가지고 있는 현상이다. 반대논리로 생각해 볼 때, 이제는 점점 3~5층의 콘크리트 덩어리의 상업건축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점차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있고, 재료와 형태표현의 방식이 좀 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세련되어진(?) 것 같다. 커튼월은 아니지만 커튼월 같은 건물들도 많이 생기고, 광고판이 붙는 방식도 좀 더 정리정돈된 모양새를 가진다. 이제는 정부가 점점 더 일상 상업건축물들에서의 광고판들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는 듯하다. 옥외광고 규제 합리화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린듯 하며, 최근 민속박물관에서 광고판 정리(?) 심포지움도 열렸다.

이는 마치 90년대에 유행하였던 좋은 가로경관 만들기 논의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속되는 거라고도 볼 수 있겠다. 좀 더 관 주도의 일관되고 깨끗하고 산뜻한 도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서, 전국에 퍼져있는 무분별한 상업 광고판들은 일차적인 제거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문화도시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이런 광고판들은 눈엣가시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광고판들은 '예술적이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어떠한 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별로 상품가치를 발하지 않다는 논리가 깔려 있을거라고 짐작을 해 본다. 게다가 소규모 상업건축물들은 점차 필지통합을 통한 대규모 상업자본에 의해 잠식되는 듯 하다. 신촌기차역엔 이미 밀레오레가 생겨났고, 이대 상업지구에 어떤 큰 몰이 생기는 공사를 본 것 같다. 상업건축물을 구성했던 가장 큰 요소인 소규모 필지가 없어짐으로서 상업건축물의 건축적 형태공간 역시 사라지고, 도시와의 관련성 역시 희미해지게 되는 것 같다. 이렇듯, 상업건축물을 논한다는 것은 이제 차츰 한국 후기근대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왜 일상적 상업광고판이 왜 난잡하고 철거대상이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울분을 토한다기보다는 (사실 그러고 싶다.-_-;... 도대체 뭐가 어때서?)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공사장 펜스랑은 무엇이 어떻게 연관이 될 것인가를 '건축적'으로 고민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도시의 일상적 건축물들의 건축형태는 어떻게 상업주의와 연관이 되고 전통적 방식과 탈-전통적 방식의 광고가 건축형태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지? 도시경험의 측면에서 볼 때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른지? 단지 무언가가 다르다는 얘기를 넘어서서, 그 다름이 어떻게 건축적으로 정의될 수 있을런지? 구체적으로 건축의 규범성과 자율성, 미적 독립성(?)은 후기 자본주의 소비문화, 문화적 논리에서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이런 질문들을 열심히 고민중이다. 아직 생각중이다.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런지..
# by paeks | 2007/06/14 13:59 | Essay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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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시스 at 2007/06/14 18:58
'무식한' 한마디 코멘트인데... 일상적 상업광고판 보면 정신없어, 안 이쁘달까. (헉)

오늘 홍대앞에 지나가는데 엄청 멋있게 생긴 건물 생겼더라. 합정 몽스튜디오 근처. 근데 간판이 없어서 뭐 관련된 건물인지 모르겠더라고;;
Commented by sco at 2007/06/15 07:00
나도 무식한 답변 한마디 하자면...
뭐 나는 좋기만 하더라 ~(- _-)~
으힛
Commented by 시아즈 at 2008/11/07 18:12
음... 간판을 철거하고 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리를 통해 최소한의 정보를 줄 수 있는 정도만으로 너무도 현란하여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경관을 줄여보고자 함이 아닌가요...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저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거나 정부를 운영하기에 이런 사업이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시아즈 at 2008/11/07 18:17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은 상업적인 논리로 좀 더 어필을 하기 위한 무분별한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이제와서는 일차원적인 본래의 목적만 아니라 그 건물이, 그 거리가, 그 도시가 사람들에게 주는 공공적인 행위까지도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시대는 단순히 개인적인 입장에서만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아님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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